DESILO at CRYPTO 2026: 두 편의 논문으로 제시한 실용적인 Private AI의 방향
행렬 연산을 중심으로 설계한 5세대 완전동형암호부터 효율적인 부트스트래핑, 상용 라이브러리 적용까지
지난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세계 암호학 커뮤니티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UCSB)에 모였다. 국제암호학회(IACR)가 주최한 제46회 국제 암호학 학술대회 'CRYPTO 2026'이 열린 것이다.
CRYPTO는 암호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 중 하나다. 중요한 연구 성과가 처음 공개되고,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연구자들의 엄격한 검증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자리다. 올해 정규 프로그램에 오른 논문은 189편으로, 총 10권의 Springer LNCS 프로시딩으로 출간됐다.
디사일로(DESILO)는 이 가운데 공동 연구로 완성한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 편은 AI 연산에 적합한 새로운 완전동형암호 구조를 제시하고, 다른 한 편은 그 구조에서 성능을 결정짓는 부트스트래핑을 효율화하는 기술을 다룬다. 하나의 연구 흐름을 이루는 두 논문이 같은 해 정규 프로그램에 함께 채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연구는 서로 독립된 성과가 아니다. Private AI를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반 기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AI를 위한 완전동형암호를 다시 설계하다
완전동형암호(Fully Homomorphic Encryption, FHE)는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연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민감한 원본 데이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하다는 것과 실용적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존 FHE 기술은 다양한 연산을 암호화된 상태에서 수행할 수 있지만, 현대 AI의 핵심인 대규모 행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에는 여전히 상당한 비용이 든다.
디사일로의 첫 번째 발표 논문인 'Fully Homomorphic Encryption for Matrix Arithmetic'은 이 문제를 암호 체계의 설계 단계부터 다시 바라본다.
Craig Gentry(Cornami) · 이용우(DESILO·인하대학교)

CRYPTO 2026에서 ‘Fully Homomorphic Encryption for Matrix Arithmetic’을 발표하는 이용우 수석과학자
이 논문은 올해 초 FHE.org 2026에서 처음 공개된 5세대 완전동형암호 기술인 GL(Gentry–Lee) 스킴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다.
GL 스킴의 핵심은 행렬 곱셈을 기존 암호 체계 위에서 처리해야 하는 부차적인 연산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대신 현대 AI 워크로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렬 연산을 중심에 두고 동형암호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는 범용적인 암호 기술을 AI에 맞게 조정하는 접근을 넘어, 처음부터 AI 연산에 적합한 FHE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GL 스킴이 CRYPTO 2026에서 발표됐다는 것은 이 새로운 접근법이 세계 암호학 연구 커뮤니티의 본격적인 검증과 확장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는 의미다.
성능을 결정짓는 부트스트래핑까지 다시 설계하다
완전동형암호에는 태생적인 제약이 하나 있다.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을 반복하면 암호문 내부에 노이즈가 누적되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는 절차가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이다. 부트스트래핑은 누적된 노이즈를 줄여 암호화된 상태의 연산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한다.
동시에 부트스트래핑은 전체 파이프라인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 단계로, FHE 시스템의 실질적인 성능은 사실상 이 단계의 효율이 결정해 왔다. 특히 GL 스킴처럼 구조 자체가 새로운 암호 체계에서는 기존 스킴을 위해 개발된 부트스트래핑 기법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어, 그 구조에 맞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 발표 논문인 'Efficient Bootstrapping in Fully Homomorphic Encryption for Matrix Arithmetic'이 해낸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Eric Crockett · Craig Gentry(Cornami) · 김효준 · 이영민 · 이용우(DESILO·인하대학교)
이 논문은 GL 스킴의 행렬 연산 구조에 맞춘 효율적인 부트스트래핑 기법을 제시한다. 행렬 연산에서 얻은 GL 스킴의 효율이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단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됨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암호 체계가 얕은 연산의 가능성 증명을 넘어 깊고 복잡한 실제 AI 워크로드를 감당할 수 있는 완결된 체계임을 입증한 것이다.
설계부터 성능까지, 하나의 체계를 완성하다
이번에 발표한 두 연구가 함께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 번째 연구는 AI의 핵심인 행렬 연산을 중심으로 완전동형암호의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두 번째 연구는 그 새로운 구조에서 성능을 결정짓는 부트스트래핑을 효율화해, 설계에서 얻은 이점이 가장 무거운 단계까지 온전히 유지되도록 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행렬 연산부터 부트스트래핑까지, AI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FHE로 실제 Private AI 워크로드를 구동한다.
디사일로가 추구하는 것은 개별 암호 기술의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가 암호화된 상태로 입력되고, 처리되며, 결과로 반환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실용적인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연구 성과는 논문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GL 스킴은 이미 DESILO FHE Library에 탑재됐다. 디사일로는 연구 결과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구현함으로써, 5세대 FHE 스킴을 통합한 세계 최초의 상용 FHE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에서 제품으로 이어지는 이 연결은 디사일로가 Private AI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새로운 암호 기술을 제안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로 완성하는 것까지가 하나의 연구·개발 과정이다.
발표장 밖에서 이어진 논의
CRYPTO와 같은 학술대회의 가치는 논문 발표에만 있지 않다. 세션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와 토론,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관점을 교환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본 학회에 앞선 8월 15~16일 주말에는 프라이버시 보존 머신러닝 워크숍(PPML 2026)을 비롯한 다섯 개의 부대 행사가 같은 캠퍼스에서 열렸고, 학회 기간에는 짧고 자유로운 발표가 이어지는 럼프 세션(rump session)과 저녁 리셉션 등 공식 세션 밖의 교류도 활발했다.
나흘간 디사일로 연구진은 주요 대학과 산업계 연구소,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rivacy-Enhancing Technologies, PET)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연구자 및 엔지니어들을 만났다.
이러한 교류가 중요한 이유는 FHE가 이론적 가능성을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로 배포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환은 어느 한 기업이나 연구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암호 기술을 연구하는 학계와 라이브러리 개발사, 하드웨어 가속 기업, 표준화 기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함께 성능과 호환성, 활용 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디사일로 역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완전동형암호 표준화 논의에 참여하고, 암호화 추론 시스템 THOR가 국제 FHE 벤치마킹 스위트의 첫 레퍼런스 구현으로 채택되는 등 이 흐름에 함께하고 있다.
디사일로는 이번 CRYPTO 2026을 통해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FHE와 Private AI 생태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실용적인 Private AI를 향해
CRYPTO 2026 정규 프로그램에서 두 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은 디사일로에 뜻깊은 이정표다. 동시에 이는 연구의 종착점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경유지다.
샌타바버라에서 발표한 연구는 이미 디사일로의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디사일로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이를 실제 기술과 제품으로 구현하며, 학계 및 산업계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민감한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AI의 가치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 데이터가 암호화된 상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동작하는 AI. 디사일로는 Private AI가 특별한 선택지가 아니라 일상적인 기술 인프라가 되는 미래를 만들어 간다.
논문 보기
- Fully Homomorphic Encryption for Matrix Arithmetic
- Efficient Bootstrapping in Fully Homomorphic Encryption for Matrix Arithmetic
디사일로와 Private AI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DESILO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